올해 마지막 달을 맞이하며…

오늘로 올해 마지막 달을 시작합니다. 이맘때 우리는 지난 한해를 돌아보곤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받기 바로 전날에 지난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 사는 것이 문제다.” 이 말은 단순히 주어진 삶을 그저 living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living well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겠죠.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사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일까요? 분명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은 잘 사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쌓아 놓으려고만 애쓰는 것도 잘 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바램처럼 오래 산다고 해서 잘 사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잘 사는 것은 아무래도 끝이 있음을 알고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끝이 있음을 알 때, 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끝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헛되게 시간을 낭비할 수 없습니다. 또 삶의 어려움, 고난 가운데서도 끝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절대 절망할 수 없습니다.

또 끝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무계획적으로 인생을 살아 가지 않습니다. 끝이 있음을 알기에 시간을 쪼개어 오늘은 누굴 만나고, 또 내일은 누굴 만나고,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 먼저 감당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다보면 후회없는 결과를 얻게 되고,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을 의미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12월은 올해를 돌아보며 마무리하는 달이지만, 또한 다음해를 기다리며 맞이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강절 또는 대림절의 시작입니다. 이는 주님의 다시오심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현실에 매몰되어 살아가다 보면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지도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도대체 주님의 다시 오심과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며 무덤덤 할 때도 많습니다. 우리는 시작과 끝이 있는 이야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선하게 만드신 이야기는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망가졌고 하나님은 원래의 창조의 모습으로 이 땅을 새롭게 창조하시겠다는 끝이 있는 이야기를 진행해 가고 계신 것이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시작하신 그 재생(구속, redemption)의 이야기의 끝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미와 아직의 긴장감 속에 살아가면서 마지막 날에 이뤄질 새하늘과 새땅이라는 구속의 완성을 기다리는 것이죠.

주님 보시기에 아직 무르익지 않았나 봅니다. 더 많은 이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알아가기까지 주님은 더 기다리시나 봅니다. 아직 이 세상은 전쟁과 불평등, 차별에 씁쓸해 하는 인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세상이 좀 더 달달하고 맛깔난 세상이 되길 주님은 기다리시나 봅니다. 사랑하는 새하늘 가족 여러분, 주님께서는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길 기다리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