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이 계절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문득 지난주 우리의 예배 가운데 불렀던 찬양의 가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마커스가 부른 ‘깊어진 삶을 주께’라는 찬양이죠.
은혜로 날 보듬으시고 사랑으로 품어 주셔도 내 마음 한 자락도 지키지 못하는 이 모습 부끄럽습니다
따스한 곁을 내어주신 주님 앞에 나아갑니다 표현 못할 긍휼로 나를 붙드시는 주 이름만 바라봅니다
매일 마주한 슬픔을 견뎌 나가며 주 예수의 마음을 닮아가네 두려운 걸음마다 주가 동행하니 주 의지하며 오늘을 걷네
주의 신실한 소망을 깊이 담으며 주 예수의 풍요를 채워가네 하나님의 자녀로 명예 지켜가며 깊어진 삶을 주께 드리네
찬양의 가사를 곰곰히 묵상해 보니 하루하루의 삶이 조금씩 아주 천천히 깊어진 삶, 하나님과 맺은 관계의 결속이 더 단단해진다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이와 관련하여 시인 유인숙님의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을 음미해 봅니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저마다 허물이 있을지라도 변함없는 눈빛으로 묵묵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애써 말하지 않아도 그 뒷모습 속에서 느껴오는 쓸쓸함조차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싹트는 찰나의 열정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슴 밑바닥에 흐르는 정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그저 원하기보다 먼저 주고 싶다는 배려가 마음속에서 퐁, 퐁, 퐁 샘솟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향긋한 커피 한잔에 감미로운 음악으로도 세상을 몽땅 소유한 것 마냥 행복해 하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항상 좋은 벗이 되어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함께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깊어진다는 의미는 심오해지고 근원적인 걸 찾는다기보다는 현실의 상황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더 잘할 것인지, 어떤 것을 제쳐낼 것인지를 생각하는 걸 의미합니다.
이 시의 마지막 대목에서 시인은 ‘세상을 향한 심미의 시선을 놓치지 않도록 해 주는 좋은 벗’에 대해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에겐 언제나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사실입니다.